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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

[세계여행기] 발리 우봇 쿠킹 클래스(Ketut's cooking class) 그리고 짱구 스케이트 클럽 Pretty Poison

우봇에서는 쿠킹 클래스에 등록(미리 이메일로 예약)했다. 이 당시에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 각 나라마다 쿠킹 클래스를 등록하여 간단한 현지 요리들을 배우고 맛보는 것을 좋아했다. 

 

쿠킹 클래스는 대개 마켓 투어를 포함한다. 마켓은 대개 오전에만 갈 수 있으므로, 동남아는 오후반 쿠킹 클래스에 등록하면 이 부분이 생략되는 편이다. 마켓에 가면 다소 정신 사납겠지만 신기한 것들을 볼 수가 있으니 경험하고 싶으면 오전반(점심 준비하는 반)에 등록하는 것이 좋다.

 

뱀비늘 같은 딱딱한 갈색 껍질에 있는 열매

 

요리의 메뉴는 쿠킹클래스마다 다르다. 날마다 다른 메뉴를 준비하는 곳도 있고, 가장 보편적인 코스에 채식주의자 옵션을 추가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리 물어봐서 확인해주면 된다. 내가 선택한 코스도 사테, 미고렝, 치킨커리 같은 흔한 음식을 배우는 날이었다. 우붓의 쿠킹 클래스가 여러 곳 있지만, 내가 간 곳은 실외라서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만들자마자 녹아버릴 정도로 무더웠다.

 

아이스크림 접시에 올리자마자 녹아버리는 더위..

바나나를 설탕물 같은데에 졸여서 만들었고, 쿠킹 클래스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은 외국인들이었지만 뉴질랜드에서 오신 한인 커플도 계셨다. 뉴질랜드에서 발리는 가깝기 때문에 자주 오신다고 했다. 

 

약 2시간 동안 만들게 될 요리들

끝나고 나면 레시피를 주는데, 레시피 얇은 책으로 인쇄하여 많이 주는 편인데 여기는 A4에 프린트해서 주셔서 결국 여행 중 분실했다. 사실 뭐 저 정도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보고 만들 수 있는 것이라서 즐겁게 만드는 체험을 하는게 아니라면 쿠킹 클래스에 배우러 등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쿠킹 클래스의 비용도 대개 저렴한 편은 아니다. 내가 만들 메뉴들을 전부 사먹는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붓은 화산 옆에 있는 작은 산간 마을이기 때문에 푹 쉬다가 가기 좋은 곳이었지만, 시내는 차와 관광객으로 붐벼서 시끄럽다. 그리고 내가 갔을 때는 화산 폭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만난 러시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짱구로 이동했다. 숙소를 짱구로 잡으려다가 짱구는 서핑을 배우지 않는 이상 머물기에는 거리가 있어서 쿠타로 숙소를 잡고, 친구가 있는 짱구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발리에서 오토바이를 빌려타는데 그 이유는 택시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하루 렌트 비용이 1만원도 안하고 장기로 렌트하면 훨씬 싸기 때문에 많이들 애용한다. 렌트시 국제면허증 없다고해도 여권만 있으면 빌려준다고 하는 장사치들이 많은데, 오토바이는 사고날 가능성이 잘 못타면 주의하자. 

 

국제면허증이 없고 쿠타에서 짱구까지 가는 오토바이 택시 비용이 얼마하지 않아서 1만원 안팎이었던 것 같다.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갔다. 그래도 거리가 꽤 있기 때문에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는게 염려스러우면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봐도 될 것 같다. 

 

짱구는 서핑스쿨로 유명하고, 해변 옆에는 우붓처럼 논밭이 있는게 신기했다. 그 논두렁 옆에는 부자들이 산 것으로 보이는 집도 있고, 논두렁의 길이 오토바이 타고 다니기에 쉽지가 않아 거의 매일 술취한 해외여행자들이 오토바이를 논두렁에 박는다고 내 친구 밀라가 말해주었다. 

 

빈부격차가 느껴지는 짱구의 논두렁 옆집. 장기렌트도 한다고 한다

밀라는 러시아여자인데, 예전에 캄보디아 시엠릿 투어에서 만났다. 좋은 성격 때문에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고, 그 당시 발리 서핑스쿨에서 일한다고 했던게 기억나서 보러왔다. 필리핀에서 가져온 졸리비를 주고, 밀라의 오토바이를 타고 갔는데, 키가 큰 그녀가 타는 오토바이가 워낙 커서 여전사가 운전해주는 것 같았다. 성인남자가 여자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광경은 흔치 않았지만 뭐 어쨌든 즐거웠다. 오랜만에 같이 만나서 그녀가 추천해주는 짱구의 맛집, 그리고 스케이트보드장이 있는 클럽에 갔다. 

 

프리티포이즌 Pretty Poison이라는 클럽은 중앙의 스케이트 장에서 보더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사람들이 삥둘러 보면서 술을 마시는 곳이다. 쇼가 끝나면 그때부터 음악과 함께 사람들은 춤을 춘다. 

좀 처럼 보기 힘든 컨셉의 클럽이므로 짱구에 간다면 반드시 갈 것을 추천한다. 내가 유일한 아시아인였던 것 같긴 하다. 물론 낮에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밤에는 클럽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곳대신 그곳에 가서 마셔도 좋다. 단, 논두렁에 꼴아박지 않도록 안전 운전하길 바란다.

 

밀라와는 시엠릿, 짱구, 그리고 추후에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만나게 되는데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한 나라를 좋아하는지 그녀를 통해 다시 한 번 더 알게되었다. 그녀의 발리 사랑도 엄청나다. 짱구에서 그녀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나는 다시 쿠타에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택시비가 저렴하진 않았겠지만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녀와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이 이미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